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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가 넘어서는 하나님과 밤새 안녕하셨냐는 인사를 나눈다고 하셨다. 기억은 흐려지고 눈은 어두워질 나이다. 자식들은 시집 장가가서 잘 살아야 할 텐데, 애들 생각에 밤잠을 설치신다. 전화 벨소리에 미소가 번져도, 전화세 나온다고 빨리 끊으라고 하신다. 자주 찾아뵈야 할텐데, 하면서도 생일날 찾아뵙지도 못 했다.

뭘 하면 산 보람이 있을까. 죽자 살자 일하면 집 정도야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사느니 그냥 비를 맞겠다. 열 번이라도 찍어 넘어뜨렸으면 함께 살 사람이었는데, 이젠 두근거림도 없다. 어두워질 때까지 땀 흘리며 일하고 집에 와서 찬물로 발 씻을 때가 그래도 제일 좋다. 하루 종일 버텨내느라 고생했다.

햇볕에서 땀 흘리며 일하다가 나무 그늘에 앉아있는 반 시간 동안의 침묵이 흙의 무게를 말해준다. 책 한 권 읽고 마지막 장을 덮고난 후에 반 시간 동안의 침묵이 글의 무게를 말해준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 앉아 기도하는 반 시간 동안의 침묵이 눈물의 무게를 말해준다. 어두워질 무렵 산 위로 떠오르는 둥근 달을 보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