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평원지대에서 황소 목장을 운영하는 에스더와 후안 부부. 세계적인 시인이기도 한 후안은 카우보이처럼 말을 타며 황소 떼를 모는 목장 생활이 안성맞춤인듯하다. 하지만 농장을 관리하고 세 아이를 챙기는 것은 에스더의 몫. 평화롭게 보이는 두 부부였지만, 에스더가 말몰이꾼인 필과 관계를 맺으면서, 오히려 개방적인 결혼 관계를 주장해왔던 후안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에스더에 대한 의심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가 커지면서 둘 사이의 긴장은 커져만 간다. 2012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어둠 속에 빛이 있으라>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의 신작 <우리의 시간>은 멕시코 시골의 풍광 안에 한 남성 주체의 욕망과 존재를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과 궤를 같이한다. 후안을 통해 제시되는 남성성의 위기는 광활한 대지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뿜어내는 황소의 이미지와 묘하게 중첩된다. <네온 불>(2015)로 호평받은 촬영감독 디에고 가르시아의 촬영이 돋보이며, 레이가다스와 그의 실제 연인인 나탈리아 로페즈가 두 주인공 역을 맡았다.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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