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밥티스트 My Life with Baptiste

.“당신은 지속적으로 당신을 무시하는 존재와 살 수 있겠는가” 영화는 이러한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독백을 내뱉은 남자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물고기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물고기의 시선을 끌고자 한다. 때론 고성을 질러보기도 하고 어항을 쥐고 흔들어도 본다. 하지만 별 반응이 없다. 남자는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는 도중, 물고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하기 위해 애쓴다. 솔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털어놓으면서 설득을 해보기도 한다. “우린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물고기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
이 단편은 물고기와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자연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소외감을 달래보려고 하지만 상대를 잘못 택한 것 같다. 어항 속 물고기와 의견을 교환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니까. 영화 중간엔 텔레비젼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주인공을 향해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지기도 한다. 지나치게 심각한 작품은 아닌 셈이다. 막바지에 이르러, 주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던 남자는 법정에 서게 된다. 그리고 다시 황당한 일을 겪는다. 비로소 이 단편은 자연과 소통하기를 꿈꾸는 한 어리석은 남자의 이야기에서 어른을 위한 진지한 우화로 변신하게 된다. (1999년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