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오 Keo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집 밖에 나갈 때면 항상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신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인가'라는 생각으로 막 나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마약밀매를 담당하는 이들 패거리는 성직자 행세하는 지저스Jesus, 지저스의 애인인 여자(이 영화의 나레이션을 맡은), 여자의 오라비이자 조직의 우두머리인 마리오Mario, 과묵한 사내 비손Bison으로 뭉쳐있다. '사람들은 적은 수고로 최대한 돈을 벌려고 한다'라는 인생관과 '세상은 손쉽게 강도질해서 살 수 있는데, 뭐하러 일하나'라는 처세술을 바탕으로 마침내 이들은 마리오의 부모님을 청부살해해서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으려 한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패거리 내부는 점점 더 꼬여간다.
오우삼의 전매특허인 쌍권총이 불을 뿜으며, 영화의 강도는 더해진다. 욕을 달고 사는 타란티노의 인물들에 비해 입은 덜 걸지만, 그 파괴력과 권모술수는 감히 타란티노에게 도전장을 내밀 만하다. 덤벼라, 헤모글로빈의 시인 - 우리에겐 피도 눈물도 없다. 저수지의 개 같은 인생들. (1998년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