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디에이션 Ira-Diation

.그가 누구였는가 알 수 것은 영화 첫 부분에 소개되는 자막을 통해서이다. '1965년, 젊은 노동자이자 성직자였던 그는 우라늄 광산사고로 묻혀 방사능에 노출된다. 1984년에 발견된 그는 이미 반쯤 미치고, 완전히 기억을 상실하였다.' 그 자신조차도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는 건물 속을 내달릴 뿐이다. 질주를 통해 그는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성직자였던 주인공의 젊은 날처럼, 영화는 거친 질감의 흑백필름에 폭주하는 현실을 기록하고, 희생당하는 예수라는 성직자로서의 환영을 칼라필름 속에 담아낸다. 칼라와 흑백은 교차되고, 흑백은 다시 음화와 양화로 뒤섞이면서 그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투영한다. 강한 비트의 사운드가 색을 상실해버린 탁한 현실을 강화하고, 렘브란트 조명 속에서 픽셀레이션(pixilation)으로 처리된 환상은 성가와 결합되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기억은 사라지고, 자신 속에서 드러나는 두 가지 모순된 이미지들 틈에서 그는 육신의 꺼풀을 벗어내고 절대 자유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그렇게 열반의 몸부림을 친다. (나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