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서스 브레이크다운 Sexous Breakdown

.강호의 성윤리가 땅에 떨어져 방방곡곡에 괴질이 창궐하고 처처소소에 오입(誤入)과 화냥이 난무하였는지, 아니면 성을 치세의 볼모로 삼는 파시즘이 재림하였는지 그 연유는 확연치 않으나, 때는 바야흐로 남녀지간의 교접이 나랏님의 윤허 아래에 가능하던 시절이렷다! 세인의 눈을 피해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던 청춘남녀에게 육모 방망이를 든 포졸나리들이 출두를 한다. '잠시 검문 있겠으니, 섹스 면허증 좀 봅시다.' 무면허 도둑 섹스를 자행한 이들은 '음란정사(淫亂情事)를 통해 혹세무민을 꾀한' 죄목으로 연행되어 마침내 참수형에 처해지는데….
개인의 사생활이 외부에 의해 강제로 통제된다는 설정이 자칫 진부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영화는 그런 선입견을 철저히 거부한다. 로보캅의 레이더망으로 본 사건진압현장은 흡사 컴퓨터 게임과도 같으며, 참혹한 처형장면은 돌출광고처럼 경쾌하다. 섹스 경찰(Sex-Patrol)이 사리부재를 마다하고 '남여상열지사'가 빚은 '접촉사고' 현장을 검증, 기록하는 장면은 자못 진지하다.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경고가 이 작품의 교훈? (1998년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