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Babai

.발칸전쟁 이전의 코소보. 담배 장사를 하던 아버지 게짐이 홀연히 떠나버리자 열 살 소년 노리는 아버지를 찾아 독일로 향한다. 화가 나긴 하지만, 아버지와 다시 만나고 싶은 노리는 환영해주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역시 환영해주지 않는 나라에서 애달플 정도로 위험한 여정을 이어간다. 카를로비바리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코소보 영화.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코소보의 한 도시에 사는 열 살 소년 노리는 아빠 게짐과 함께 담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게짐은 새로운 일을 찾아 독일로 떠나려고 하지만 남겨진 아들은 지독하게 아빠에게 따라붙는다. 세르비아 국경을 지나는 아빠의 차에 숨어들거나, 삼촌의 돈을 훔쳐 혼자 국경을 넘는 등 나이에 걸맞지 않은 대담함을 보인다. 10살 소년 노리의 세계에서 거의 모든 것인 아빠에게 집착하는 정서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이 위험하고 긴 여정에 함께하는 관객은 소년의 대담한 행동 때문에 마음 졸일 수밖에 없다. 영화를 끄는 동력인 아빠에 대한 아들의 집착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나들었던 코소보 태생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노리가 보여주는 서늘한 집착은 그 당시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에 기인한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급변과 혼란의 시기를 살았던 미처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에게, 자신을 향한 집요한 애정이 그들을 조금 더 성숙한 ‘아빠’로 만들었을까? 어쩌면 당시의 아이들을 대변하는 노리의 관점에서 보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하기만 하다.
(2016년 제1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심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