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라맨 플롯
2010년의 요코하마. 신이치는 전형적인 콩가루 집안의 무능한 가장이다. 그는 늘 약속시간에 늦고, 아내는 바람을 피우며 딸은 매춘업에 발을 들여놓고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어느 날 이 모든 것에 지쳐버린 신이치는 어렸을 때부터 유일한 위안이었던 TV 시리즈 속 주인공 제브라맨 의상을 만들어 입고 훌쩍 길을 나선다. 그런데 그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제브라맨의 팬인 전학생 아사노의 집을 찾아가던 길에 연쇄살인범을 만난 그는 엄청난 힘을 발휘해 격투를 벌이고, 자신에게 숨겨진 초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은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는 외계인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상한 일들이 모두 TV 시리즈 속에 예언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자신의 사명을 알게 된 신이치는 지구의 평화를 수호하는 제브라맨으로 거듭나야 한다.
미이케 타카시처럼 많은 영화를 만들면서, 모든 장르를 섭렵한 감독은 세계영화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코미디, 스릴러, 공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미이케 타카시는, 각 장르의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색적인 영화를 만들어낸다. 은 일본 특유의 특촬물과 할리우드의 수퍼 히어로물을 혼합하고,언제나 경계를 초월하는 미이케 타카시의 양념을 진하게 뿌린 맛이 난다. 에서 미이케 타카시와 호흡을 맞췄던 아이카와 쇼가 출연했다. V시네마의 제왕으로 불리는 아이카와 쇼의 100번째 출연작, 2010년 요코하마. 외계인의 침공을 막으려는 방위청의 움직임이 부산한 가운데, 초등학교 선생인 이키가와는 어린 시절 본 특촬물 에 몰두해 제브라맨의 의상을 만들어 밤마다 입어보곤 한다. 어느 날 제브라맨의 팬인 전학생 아시노의 집에 찾아가던 이치가와는, 연쇄살인범을 만나 격투를 벌이다가 자신의 숨겨진 힘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 둘 진실이 밝혀진다. 34년 전 요코하마에 UFO가 떨어졌고, 살아남은 외계인은 미래의 경고를 하기 위해 의 시나리오를 썼던 것이다. 미방영된 의 시나리오에는, 2010년에 벌어지고 있는 괴상한 사건들이 모두 예언되어 있었다. 아내와 딸에게 무시당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던 소심하고 나약한 남자가 수퍼히어로가 된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자신의 힘을 알게 된 이치가와는 여전히 소심하고,여전히 억압되어 있다. 미이케 타카시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은 기존의 어떤 영화와도 다른 스타일을 과시한다. 막 나가지는 않고, 적절하게 제어하면서 완성도를 높인 이지만, 외계인 보스를 물리치는 마지막 필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카와 쇼는 물론 와타베 아츠로와 스즈키 교카의 에너제틱한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일본 영화의 힘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2004년 제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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