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할머니들의 증언은 우리 할머니들이 들려주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일본의 동남아시아 침략의 주요 전진 기지로서의 역할을 했던 나라가 다름 아닌 대만과 한국이기 때문이며 똑같이 식민지 치하에서 힘이 없던 약소국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제대로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하시는 반백의 노인들이 되어 꽃다운 나이에 끌려가 생각하기조차 싫은 과거를 회상하시는 할머니들에게는 50여 년이라는 다소 긴 시간도 도움이 되지 못한 듯 하다. 우리의 할머니들이 나눔의 집에서 모여 살면서 같은 고통의 짐을 지고 투쟁하고 있는 것에 반해서 대만 할머니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일부 할머니들이 일본국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시고 있긴 하지만 대다수 할머니들은 그저 가슴의 응어리를 안고 가족들에게조차 쉬쉬 숨기면서 고통과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결코 한 개인의 재수 없는 운명으로 치부할 수 없는 우리들 모두의 이 문제는 이제 세월의 무게 때문에 점점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대만과 한국 여성들의 공통된 숙제다. 좀더 현실적인 대안과 국가와 여성간의 유대를 강화해 함께 투쟁의 길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이 비단 본인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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