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없음 플롯
약혼자가 나타나기를 밤새 기다리던 릴리안은 루크라는 낯선 남자가 옆에서 자고 있는 침대에서 잠을 깬다. 루크는 릴리안이 방을 잘못 찾아왔다고 주장하지만 문은 잠겨 있고 아무도 방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 릴리안은 즉시 모텔 매니저를 부르지만 성질 급한 그는 착하기만한 백수건달 마이클과 사랑에 빠졌다고 좀 전에 이야기한 자기 딸과 다투는 중이다. 그 매니저는 너무 화가 나서 릴리안의 전화를 거칠게 끊어버린다.
로스 엔젤리스 외곽에 초라하게 서 있는 ‘핑크 모텔’의 문을 열고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이런 저런 괴짜들과 패배자들, 부적응자들을 만나게 된다. 약혼자가 오기를 기다리던 20대의 젊은 여성 릴리안은 자기 옆에 웬 낯선 남자가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른다. 딸의 남자친구 문제로 그녀와 한바탕 설전을 치르고 있는 깡마른 모텔 매니저에게 투숙객의 이런 사정은 도무지 안중에도 없다. 이 밖에도 ‘사랑스런’ 매춘부들과 어울려 밤새도록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는 그 대가를 치를 돈이 없어 위급한 처지에 빠진 두 띨띨한 남자, 도무지 쉬지 않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가와 그의 선율에 도취된 그 옆방의 여성 등이 ‘빈 방 없는’ 핑크 모텔을 떠들썩하게 흔들어 놓는다. 은 제 각각의 별스런 성격과 사연을 가진 다수의 캐릭터들을 바라보는 인물의 군상화이면서 그들로부터 활력에 가득찬 소동의 태피스트리를 엮어내는 좌충우돌 코미디이다. 이 논스톱의 카오스 안에서 영화 속 인물들은 사랑을 발견하고 우리들은 상쾌한 재미를 이끌어낸다. 마리우스 발슈나스의 데뷔작인 은 인디영화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충돌과 반전(反轉)에 어울리는 경쾌한 속도감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2000년 제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홍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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