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 플롯
주인공콘라드는 숫총각이고 여행을 하나의 예술로 여기고 즐긴다. 그는 도둑이고 거지이며, 상인, 매춘부, 제비, 마약 상용자이고 연인이며 또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고 그 누구도 그를 건드리지 않는다. 바깥 세상은 하나로 녹아 들어 콘라드의 주위를 감싸고 그 나름의 질서로 돌아가고 있으며 그는 그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니나에게 있어서 그는 모델이며 동시에 목표이다. 그녀는 그의 초상화 속의 도리언 그레이의 상(주:초상화 속의 자기는 늙고 추해지고 실제 도리안 그레이는 계속 젊고 아름답다)이다. 어떠한 일들도 그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한편 그는 모든 것들을 그녀와 연관시키고 상처 받게 하는 강력한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콘라드, 니나, 이토 세 인물들의 로드 무비인 는 다큐멘터리적인 성격을 많이 보여주는 독특한 영화다. 콘라드와 니나는 서로 너무나 닮은 남자이고 여자이다. 이토는 중국인 남자이다. 이 세 사람은 한 방에서 자고 함께 다니며 서로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특히 콘라드와 니나는 분리될 수 없는 한 사람 안의 두 인격체와도 같다. 파편적인 스토리 라인 속에서 길 위의 사람들의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채집해 보여준다. 1961년 비엔나 출신인 디에고 돈호퍼 감독의 오랜 여행의 경험이 녹아있는 이 영화는 감독의 말대로 도덕적 편견 없이 인물들의 삶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의 뿌리는 빔 벤더스와 헤밍웨이 사이 어딘가에 있으며, 스스로 스탠리 큐브릭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리스를 거쳐 이집트로 동행하는 세 명의 여행자는 여러 가지 사건들 속에 그야말로 던져진 존재이다. 그들은 때로 거지이기도 하고, 도둑이기도 하고, 몸도 팔고, 마약을 하기도 한다. 그저 삶이 하루하루 지나가고 이들의 일상은 허무주의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에피소드들 사이의 연관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도 그리 문제될 것은 없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그런 느낌이다. (2000년 제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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