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얄개 플롯
여고생인 신애는 닭을 사가지고 오다가 놓쳐 온 시내를 헤매는데 요섭이 잡아 준다. 한편 연애편지 약속장소에 나온 주매순은 남학생으로 분장한 신애가 발각되므로 둘은 레스링과 태권격투의 촌극을 벌인 뒤 친숙해지며 주매순은 얄개클럽에 들어간다. 이런 장난으로 주매순과의 싸움과 신애언니를 동생의 가정교사인 영민과의 결합을 위한 익살스런 연기며 같은반 은아가 신애의 등록금을 줍고도 되돌려 줄 수 없었던 은아에게 따뜻하게 위로하는 신애, 그 돈을 받아쥔 신애는 가난한 은아에게 쌀을 사다준다. 신애는 마침내 웅변대회에서 대상를 차지하여 주위에 있는 사람들 앞에 폼을 잡고 있다. 그때 고교얄개들이 "여기 여고 얄개가 누굽니까" "나다 왜?" 큰소리로 도전한다.
가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자 그 아류작들이 홍수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이 영화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이다. 얄개가 남학생에서 여학생으로 변했을 뿐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도나 인물의 캐릭터는 와 대동소이하다. 하명중은 이 작품에서도 전근온 담임 선생님으로 출연한다.
백상도 담임선샌님의 전근 첫 날, 얄개를 비롯한 아이들의 장난으로 전근식을 치른다. 얄개와 같은 반인 주메순은 얄개의 라이벌로서 레슬링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다툼은 주메순도 얄개클럽에 가입하게 됨으로써 이내 화해와 우정으로 전환된다. 담임선생을 사모하는 주메순의 일갈, 예컨대 "우리는 우선 교복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봐요", "왜 우리의 이성교제는 그리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등의 외침은 코믹한 분위기 속에 연출되는 장면이지만 당시 고등학생들의 '일반정서'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에는 아주 대조적인 두 장면이 비쳐진다. 하나는 릴케의 시 「가을」을 읊조리는 대목이고 다른 하나는 교련시간 열병식 장면이다. 전자는 항용 전혜린, 헤르만 헤세, 「목마와 숙녀」 등으로 요약되는 '그 시절 그때'의 고만고만한 감수성을 구성하는 항목 중의 하나이다. 상투적이기는 해도 그때 고등학생들은 바로 그런 감수성의 세례 속에서 심미적 경험을 채워나갔던 것이다. 그에 비해 후자는 병영체제의 상징이다. 여학생에게까지 군사훈련의 핵심인, 이를테면 열과 오가 한치도 어긋나지 않는 일사불란의 집단성이 강요되는 것이다. 그때 우리의 고등학생들은 그런 상극적이고 분열적인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던 것이다.
얄개의 할머니로 나오는 도금봉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이다. 이전같이 농염하고 뇌쇄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푸짐한 할머니의 정을 보여주는 인물로도 손색없어 보인다.
(1998년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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