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고교시대 플롯
제1부 - 사관학교 지망생 남학생과 음악을 전공하는 여학생의 청순한 사랑 이야기.
제2부 - 가정교사가 지체장애인 소녀를 도와 의욕과 의지를 불러일으킨다는 감동적인 이야기.
제3부 - 한 교사가 학교의 말썽꾸러기를 사랑의 가르침으로 이끌어준다는 따뜻한 이야기.
(임재원)
하이틴 영화감독의 트로이카인 김응천, 문여송, 석래명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스타일의 3부작 영화이다. 제1화는 소녀취향의 남고생과 피아노를 공부하지만 행글라이딩도 하는 활달한 소녀 사이의 애정 혹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애정 혹은 우정'이라는 표현은 애정의 주체이고 싶지만 언제나 그것을 우정의 형태로 돌려놓으려 하는 어른들의 시선 사이에 놓여있는 존재들이 당시의 고등학생들이었다는 점에서다. 영화에서도 여학생은 자신들의 관계가 애정이 아니라 우정이라는 점을 누누히 강조한다. 하여간 꽃꽂이, 뜨개질 등을 좋아하는 김정훈은 사관학교 진학을 열망하는 가족들의 기대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소녀취향에 몰두하지만 어느 날 장덕을 만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결론은 물론 그 여학생의 도움으로 김정훈은 '사내다운 사내'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장덕(오누이 듀엣 '현과 덕'의 여동생)이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다.
제2화는 농촌 출신의 가정교사가 소아마비로 인해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그늘져가는 아이를 바로 세운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입주 아르바이트는 없는 집 출신의 대학생들이 보편적으로 택하던 생활유형이었다. 가정교사가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는(그는 학교 야구선수이다) 일종의 이상적 인물로 그려져 있는 것이 다소 실감을 덜어내지만, 어쨌든 70년대의 단골 메뉴인 '휴먼 스토리'의 전형물로 보면 된다.
제3화는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들어간 새아버지 집의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하숙집에 혼자 나와 사는 마라토너 지망생의 사연이다. 이 역시 예상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맺지만 그런 문맥과 다른 측면에서 관심을 둘 만한 것은 전형적인 서울 가옥형태로 이루어진 하숙집의 풍경이다. 한편 이승현의 친구로 손창호가 나오는데 지금은 작고했지만 이승현, 임예진, 진유영 등과 함께 당시 하이틴물의 단골 주역이었다(뒤늦게나마 그의 명복을 빈다).
(1998년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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