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피쉬 플롯
거대한 박제 고래를 싣고 떠돌아다니던 트럭 아저씨 하나가 시골 마을 어귀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마을 계단에는 결혼식에 신부가 나타나지 않아 상심한 청년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있다. 느지막히 트럭 아저씨의 유산 상속인인 소피(마리아 슈라더)라는 예쁜 아가씨 하나가 마을로 들어온다. 소피는 신부를 잃은 마을 청년이 측은하여 박제 고래 뱃 속으로 끌어들여 사랑을 나눈다. 그 과정에서 오르가즘을 느끼자 상대방 마음 속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기적을 깨닫는다.
첫 번째 일어난 기적은 마을을 떠난 청년의 신부가 돌아온 것. 소피는 미심쩍어 건달 하나를 끌어들여 또 사랑을 나눈다. 이번에는 신부 아가씨가 개로 변해버렸다. 건달은 제 청혼을 거절한 신부에게 질투가 나 있었던 것. 개가 된 신부를 되돌려 달라는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섹스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성직자는 소원인 휴거를 이루어 공중을 날고, 마을은 욕심과 허세로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최상희)
거대한 고래의 박제를 실은 트럭이 오스트리아의 자그마한 마을에 도착한다. 트럭을 몰던 고래의 주인이 갑자기 죽고, 이제 유산으로 남겨진 고래 박제는 마을 복판의 광장에서 상속자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마을에 결혼식이 있던 날, 신부가 나타나길 거부하고 신랑은 신부가 나타날 때까지 연좌 농성(?)을 선언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때 맞추어 고래 박제의 상속자라는 매력적인 젊은 여인이 나타나고 그녀가 바람맞은 신랑과 함께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마을에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는 루마니아 출신이면서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로버트 헬름 감독의 열 번째 장편 영화이다. 한적한 오스트리아의 시골 마을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꼼꼼한 묘사와, 이에 대비되는 황당한 설정의 이야기 전개가 서로 부딪치면서도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현실과 판타지를 천연스럽게 이어 붙이는 솜씨는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에서 한 수 배운 듯하고, 탐욕과 어리석음에 대한 풍자가 적당히 들어있다. '고래 뱃속'이라는 상징을 파고 들어가 만만치 않은 숨은 의미를 따라가는 것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일 듯. 판타지, 유머, 에로티시즘으로 빚어낸 칵테일과도 같은 느낌의 영화.
사족 : 제목의 '언피쉬'는 '물고기가 아닌 무엇', 곧 물고기처럼 생겼지만 물고기가 아닌 고래를 가리킴.
(1998년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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