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돈, 그리고 죽음 Love, Deutschmarks and Death

.독일로 이주해 온 터키 노동자들의 음악 문화에 대한 다큐멘터리. 전후 경제적 호황기에 접어든 독일은 부족한 노동력 공급을 위해 1950년대 이후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유입한다. 그중에서도 터키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곁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타지의 낯설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루하고 고된 노동을 이어갔다. 더욱이 독일인들은 이주 노동자들이 자국의 경제성장에 근간이 되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필요악’으로 규정하며 차별했다. 당시 그들을 위로해 준 것은, 배 모양의 울림통을 가진 전통 현악기 ‘사즈’로 연주되는 터키 음악이었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터키 출신 가수들은 이주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반영한 가사들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독일에서 1970년대에 글로벌 석유파동으로 경제 위기를 맞자 이주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되었고, 1980년대에 경제 침체에 빠지자 외국인 혐오 범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터키 가수들은 그들이 노동자이기 전에 인간임을 주장하는 저항의 노래로 선봉에 섰고, 터키 래퍼들은 그들에 대한 차별을 멈추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주기를 요구하는 젊은 세대의 외침을 대변했다. 동시에, 영화는 전통음악부터 아라베스크와 대중음악, 벨리댄스, 코미디까지 융합된 카바레인 ‘가지노’ 문화의 부흥에 대해서 회상한다. 터키 문화의 고유성을 담보하는 가지노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타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개방성을 근간으로 한다. 이는 자문화 중심의 사회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지향성을 은유적으로 시사한다. 참고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에도 자리를 지키기를 바란다. 터키 음악인의 탈지구적 비전이 담긴 쿠키 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2022년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김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