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은 묘하게 역설적이다. 한국 현대사를 향한 끈질긴 응시와 예술적 자의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예민하게 작업해 온 임흥순 감독은, 이번엔 광주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투쟁과 탄압의 역사가 만나는 곳에 시선을 두었다. 두 도시에선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한 수많은 이들이 학살되었고, 유해도 찾지 못한 채 실종처리 되었으며, 또 수많은 이들이 암흑의 역사가 안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두 도시가 차례로 보이며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들의 증언이 교차될 때, 두 도시의 섬뜩한 역사가 너무나 닮아있어 소름이 끼친다. 이 영화에서도 임흥순 감독은 역시 묻고 있다. 현재에서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를. 는 그 물음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출구가 된다.
(2020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홍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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